본문 바로가기
건축 뉴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 (집중화 되는 이유, 화폐가 된 주거, 우리가 정말 원하는 집)

by 아키마케터 2026. 9. 8.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와 아파트에 집착하는 한국사회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아파트일 것입니다. 어디에 사는지 물었을 때 “몇 평인지”, “어느 아파트인지”, “집값이 얼마인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저는 이 현상이 단순히 한국 사람들이 아파트를 좋아해서 생긴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강력한 집중력, 아파트의 획일적인 구조, 그리고 주택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바라보게 된 사회적 구조가 오랫동안 서로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합니다.

 

1. 서울로 집중화 되는 이유

제가 도시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시냅스’입니다.

사람이 많이 모인 도시에서는 그만큼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고객이 많은 곳이 유리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더 많은 자극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연결이 많아질수록 도시는 다시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일종의 중력과 비슷합니다. 구글이라는 서비스가 가치 있는 이유도 전 세계의 수많은 정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고, 역세권의 부동산 가치가 높은 이유 역시 주변의 다양한 공간과 사람에게 쉽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은 더 많은 연결이 가능한 곳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 집중 현상은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연결될 수 있는 공간과 부동산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계속 몰리는데 토지는 제한되어 있으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다시 서울의 집을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더 생깁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오를 것 같은 집을 고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2. 화폐가 된 주거, 아파트

저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획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 아파트의 디자인이 많이 다양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아파트는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평형, 비슷한 평면, 비슷한 방의 배치와 비슷한 생활 방식이 반복됩니다.

심지어 아파트 이름의 간판을 떼어버리면 어느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 집과 다른 사람의 집이 거의 똑같다면 집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결국 위치와 가격입니다.

이것이 저는 아파트가 ‘화폐화’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화폐는 서로 다른 물건의 가치를 숫자로 비교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아파트 역시 비슷합니다. “어느 동네 몇 평짜리 아파트가 얼마인가”라는 숫자만 알면 직접 집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대략적인 가치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이 더 이상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변합니다.

아파트에 집착하는 한국인, 우리는 왜 집을 사는 것보다 집값을 먼저 생각할까
아파트에 집착하는 한국인, 우리는 왜 집을 사는 것보다 집값을 먼저 생각할까

 

 

물론 아파트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주차가 편하고, 관리가 잘 되고, 보안이 좋으며, 쓰레기 처리나 택배 같은 생활 서비스도 편리합니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많은 사람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매우 효율적인 주거 형태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아파트의 편리함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편리한 주거 형태와 가장 좋은 주거 형태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닙니다.

3. 아파트가 다양해지면 우리의 선택도 달라질까

저는 아파트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아파트의 다양성이라고 봅니다.

싱가포르의 아파트들을 보면 같은 공동주택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이 있습니다. 발코니와 테라스가 있고, 건물의 배치도 자유롭습니다. 공동주택이면서도 각각의 공간이 다른 개성을 갖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법적 기준과 사업성, 용적률, 주차 기준 등을 모두 충족하면서 많은 세대를 넣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비슷한 형태의 아파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 구조를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 안에서도 다양한 평면과 공간이 존재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집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집이 모두 똑같지 않다면 집을 판단하는 기준도 단순히 “얼마 올랐느냐”에만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집은 정원이 좋아서 가치가 있고, 어떤 집은 전망이 좋아서 가치가 있고, 어떤 집은 동네와 연결되는 공간이 좋아서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택은 다시 ‘사는 곳’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조금씩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4. 서울만 좋은 도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저는 지방 도시의 문제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에 서울과 똑같은 아파트 단지와 신도시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서울 집중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똑같은 도시를 지방에 하나 더 만든다면 사람들은 굳이 서울을 떠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지방에는 그 지역만의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교육이 다르고, 일자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도시의 풍경이 달라야 합니다. 부산이라면 부산만의 산업과 국제적인 역할을 만들고, 다른 지역 역시 각자의 강점을 세계와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공립학교의 다양성, 원격 진료, 자율주행 같은 기술과 제도가 이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꼭 서울에 살아야만 얻을 수 있었던 교육과 의료, 일자리와 서비스의 일부를 다른 지역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선택의 폭은 넓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울을 억지로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 아니어도 살 만한 이유를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5. 우리가 정말 원하는 집은 무엇일까

저는 아파트를 싫어하면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편리하고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누워 있는 바로 위층에도 똑같은 구조의 누군가가 누워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아파트라는 시스템이 가진 획일성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한국 사회가 아파트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파트 자체를 사랑한다기보다 아파트가 제공하는 안전과 편리함, 그리고 자산 가치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의 도시가 한 가지 주거 형태만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도 있고, 오래된 골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며, 단독주택이나 작은 상가주택을 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좋은 도시는 이 모든 선택을 받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느 아파트가 오를까?”만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은가?” 집을 투자 상품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할 때, 아파트에 대한 우리의 집착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및 출처

1. 통계청,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2.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 한국 아파트의 역사

3. Singapore Urban Redevelopment Autho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