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를 영원히 가난하게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잘못된 주택 정책'입니다. 청년을 임대주택에만 묶어두는 것은 스스로 자산을 형성하지 못하게 막고, 정치가에게 평생 손을 벌리게 만드는 현대판 '소작농'으로 남겨두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저는 임대주택은 정말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렴한 주거비로 생활하며 종잣돈을 모으고,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내 집을 갖는다면 분명 자산 형성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도시건축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조금 다른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년을 임대주택에만 머물게 하는 정책이 오히려 ‘내 집 마련’과 계층 이동의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당장의 주거 안정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인 자산 형성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장기전세주택 거주민들의 퇴거 거부 논란을 보면서도, 이런 상황이 결코 낯선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임대주택은 과연 자산 형성을 위한 디딤돌일까요, 아니면 그 자리에 머물게 만드는 덫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임대주택 정책의 이면과 청년 세대의 자산 형성, 그리고 주거와 계층 이동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1. 화폐 가치 하락과 '임대주택 잔류'의 함정
임대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당장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종잣돈을 모을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경제 시스템상 국가가 연 2~3%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가만히 있어도 돈의 가치가 매년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고, 이는 역으로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 가치가 최소 연 2~3% 이상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폐 가치 하락과 자산 격차 심화 메커니즘]
국가 경제성장률 목표 (연 2~3%) ──> 화폐 가치 지속 하락
실물 자산(부동산) 가치 상승 ──> 자유시장 내 '주택 소유자'의 자산 증식
임대주택 10년 거주 청년 ──> 자산 형성 실패 & 집값 폭등으로 자력 구매 불가능
20대에 내 집 마련을 한 이들은 자연스러운 자산 상승의 기회를 잡지만, 청년 임대주택에서 10년을 살다 나온 이들은 이미 폭등해 버린 집값 때문에 영원히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자립의 의지가 있고 중산층으로 올라서고자 하는 청년들에게는 '임대주택'이라는 시혜성 정책보다 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금융 및 공급 정책이 절실합니다.
2. "멀쩡한 땅 두고 도로 위에 집을 짓는다?" 잘못된 공급 정책 한계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자고 하면, 정책 당국은 3기 신도시를 추가 지정하거나 도로 위, 그린벨트, 또는 인공 대지를 활용하는 기이한 정책을 내놓곤 합니다.
이는 "타인이 도심 땅의 용적률 완화로 돈을 버는 꼴은 절대 못 본다"는 배아픔의 정서와, 국가가 부동산 자산을 통제·소유하려는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잘못된 도심 공급 정책 vs 현실적 도심 밀도 혁신]
· 기존 행정 방식: 신도시 지정, 도로 위/인공 대지 주택 건설 (막대한 인프라 비용, 낮은 효율)
· 밀도 혁신 방식: 도심 저층 다세대 주택지 용적률 완화 및 인센티브 (기존 인프라 활용, 높은 사업성)

조선시대 한양은 1층 건물만 지어 인구 15만 명을 수용했습니다. 1970년대 들어 2~3층 양옥집이 생기며 30~40만 명을 수용했고, 아파트가 들어서며 1,000만 도시가 되었습니다. 도심 내 저층 다세대·단독주택 부지의 용적률을 합리적으로 높여주는 것만으로도, 신도시를 새로 짓지 않고 도심 내에 수천 수백 가구의 고품질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3. 골목길 보존과 초고층의 조화: '소규모 블록 통합 재개발'
서울 강북 등 기존 도심의 재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작은 필지 크기 때문입니다. 현행 주차장법상 개별 필지마다 주차장을 넣으려다 보니 1층 전체가 필로티 주차장으로 도배된 삭막한 빌라촌만 양산되고 기존 골목길의 정체성까지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골목길 보존형 소규모 블록 통합 재개발'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소규모 블록 통합 재개발 모델]
20~30개 소형 필지 묶음 -> 지하 주차장 통합 개설 (1층을 보행자 도로로 환원)
골목길 정체성 유지 (1~2층) + 블록 내 고층 건물 배치 (용적률 이동) = 사업성과 역사성의 조화
역사적 가치가 있는 1~2층 깊이의 골목길 풍경과 옛 건물 입면은 그대로 보존하되, 확보하지 못한 상층부 용적률은 블록 내 일부 구역에 고층으로 올려 대가를 보상해 주는 방식입니다. 즉, 골목길의 역사성과 고층 개발의 사업성을 서로 맞바꾸는 것이 아니라, 용적률을 유연하게 이동시켜 함께 살리는 것입니다.
4. 뉴욕 '허스트 타워' 방식: 과거와 현대의 창의적 융합
미국 맨해튼의 '허스트 타워(Hearst Tower)'는 80년 된 8층짜리 고전 건물의 외벽(입면)을 완전히 보존한 상태에서, 내부와 상부로 46층짜리 최첨단 초고층 빌딩을 올려 세계적인 건축 명소가 되었습니다.
[뉴욕 허스트 타워 융합 공법]
1920년대 8층 석조 외벽 보존 ──> 하부 로비 및 문화 역사 공간 활용
상부 46층 초고층 현대식 타워 건축 ──> 과거의 역사성과 현대의 경제성 동시 확보
공사비가 더 들더라도 옛것의 가치를 지키는 창의적 건축 기법을 도입하는 민간 사업자에게는 파격적인 용적률 상향, 층수 제한 해제, 행정 절차 단축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합니다. 부자나 지주에게 혜택을 준다는 이유로 인센티브를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시장 원리를 활용해 도시 전체의 가치를 올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5. 결론: 청년에게 '소작권'이 아닌 '소유권'을 부여하라
결국 중요한 것은 청년에게 단순히 살 곳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자산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은 단 하나의 획일화된 집단이 아닙니다. 극빈층을 위한 시혜성 임대주택 정책과, 자립을 원하는 청년·중산층을 위한 시장 친화적 공급 정책은 철저히 세분화되어 동시 추진되어야 합니다.
저 역시 임대주택이 종잣돈을 모으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곳에 계속 머무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결국 임대에서 소유로 넘어갈 수 있는 사다리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도심 정비사업의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사업성을 높여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집을 소유하게 만드는 정치가"를 선택해야 청년들의 미래가 열립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평생 임대주택에 머물 권리가 아니라, 노력과 선택을 통해 내 집을 갖고 자산을 키워 갈 수 있는 기회, '소작권'이 아닌 '소유권'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참고자료 및 출처
- Hearst Tower Architectural Review: Adaptive Reuse and Historic Facade Retention in High-Density Urban Centers
- Seoul Metropolitan Urban Planning Guidelines: Density, Block-based Redevelopment, and Pedestrian Street Preservation Strategies
- Journal of Real Estate & Urban Economics: Impact of Public Rental Housing On Long-Term Wealth Accumulation in Young Generations
- 유현준의 쓴소리 "모두를 가난하게 만드는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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