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나오면서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미군기지로 오랜 기간 활용되다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용산공원은 단순한 빈 땅이 아니라, 서울 도심에서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역사적·환경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울의 심각한 주택 공급 부족과 높은 주거비를 생각하면 정부가 공급 확대를 고민하는 이유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택 문제의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도심의 마지막 대규모 녹지 가운데 하나를 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는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직접 참석하여 정부 및 국무위원들을 향해 "서울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할 말은 하겠다"며 용산공원 아파트 조성 계획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당장의 주택 공급 숫자를 채우기 위해 서울에 남아 있는 마지막 대규모 도심 녹지 축을 훼손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자산을 희생시키는 심각한 정책적 착오라는 지적입니다.
건축을 전공하며 도시설계를 함께 공부했던 입장에서 바라보면, 좋은 도시는 단순히 더 많은 건물을 짓는 도시가 아니라 주거·업무·교통·공원·문화시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최근 서울이 보여준 변화, 특히 녹지와 수변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려는 도시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용산공원 논란을 계기로 서울의 주택 공급과 도시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 오세훈 시장의 작심 발언, 엉뚱한 곳에서 땅 찾기 vs 재개발·재건축이라는 분명한 답안지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목표로 신속 공급 방안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으나, 시장의 평가와 서울시의 입장은 냉정합니다. 오세훈 시장은 정부 대책에 서울시가 요구해 온 정비사업 건의사항이 일부 반영된 점은 다행이라 평가하면서도, 주택 공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여전히 족쇄로 남아 있는 규제들을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가 제시하는 정비사업 필수 규제 완화 3대 요소]
-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 정비사업 추진 속도 저해 요소 제거
- 용적률 파격 상향: 도심 내 단위 면적당 고밀개발 유도
- 임대주택 의무 비율 조정: 사업성 확보를 통한 민간 정비사업 참여 촉진
주택 공급이 그토록 절박한 국정 과제라면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해법인 '도심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기존 도심의 정비사업이라는 명확한 정답지를 외면한 채, 용산공원과 같이 보존해야 할 도심 부지를 탐색하며 거품 낀 공급 숫자를 발표하는 데 급급해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2. 세계 주요 도시의 상징: 용산공원의 미래 가치
용산공원은 단순한 공터나 유휴지가 아닙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마지막 대규모 생태 녹지이자, 세계적 대도시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지켜온 핵심 도시 자산입니다.
[세계 주요 대도시의 상징적 도심 공원 비교]
· 미국 뉴욕 : 센트럴파크
· 영국 런던 : 하이드파크
· 프랑스 파리 : 뤽상부르 공원
· 대한민국 서울 : 용산공원 ──> 국가적 도시 상징 및 도심 폐공간 보호
뉴욕이나 런던, 파리가 도심 중앙의 거대한 공원을 아파트 부지로 개발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낸 이유는, 이것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자 시민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역대 정부와 여야를 막론하고 용산공원만큼은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적 원칙을 지켜왔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3. "도보생활권 공원 5.7㎡": 수치 뒤에 숨겨진 서울의 녹지 기아 현상
서울은 북한산과 관악산 등 산지가 많아 전체 공원 면적만 보면 녹지가 충분한 도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는 시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누리는 녹지의 양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전체 면적이 아니라 집에서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 공원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가입니다.
[서울시민의 실제 일상 녹지 체감도]
· 착시 수치: 산지를 포함한 전체 공원 면적 (통계상 수치)
· 실제 현실: 도보생활권 공원 면적 = 1인당 단 5.7㎡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걸어가서 누릴 수 있는 '도보생활권 공원 면적'은 1인당 5.7㎡ 수준에 불과합니다. 결국 산과 외곽 녹지를 모두 합산한 통계만으로 서울의 녹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주택 공급은 분명 중요한 과제지만, 당장의 공급 숫자를 늘리기 위해 시민들이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소중한 도심 녹지를 줄이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주택을 늘리는 것만큼 시민의 건강과 휴식, 삶의 질을 위한 생활권 녹지를 지키는 것 역시 도시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4. '닥공'에도 원칙이 있다: 정책의 오만을 내려놓을 때
오 시장은 국무회의 발표를 통해 "'닥치고 공급(닥공)'에도 지켜야 할 철학과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택은 다른 지역이나 도심 재개발을 통해 얼마든지 지을 수 있지만, 한 번 콘크리트로 덮여 사라진 도심 녹지는 후대에 무슨 수를 써도 다시 복원할 수 없습니다. 정책은 국민과 시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며, 정책 목표치에 국민의 삶을 억지로 맞추려는 행정적 오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주택 공급 확대가 중요한 정책 과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용산공원과 같은 대체하기 어려운 도시의 녹지 자산을 희생하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 없이 용산공원 개발을 강행한다면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유산을 기성세대가 조기 소진해 버리는 비윤리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공급량 경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삶을 함께 고려하는 책임있는 도시정책입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용산공원 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면 도심 주택 난 해소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나요?
A1. 대규모 부지 특성상 일시적인 공급 숫자 증가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서울 도심의 유일한 대형 생태 녹지를 영구히 잃게 됩니다. 주택 공급은 용적률 상향 및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재개발·재건축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습니다.
Q2. 서울의 도보생활권 공원 면적 1인당 5.7㎡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A2. 해외 주요 선진 도시(뉴욕, 런던, 파리 등)의 도보 생활권 녹지 면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외곽의 산지를 제외하면 실제 시민들이 주거지 근처에서 누릴 수 있는 녹지 공간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Q3. 서울시가 요구하는 도심 정비사업 규제 완화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A3.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 용적률 대폭 상향,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의 합리적 조정 등 재개발·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이고 추진 속도를 대폭 축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 해제입니다.
6. 결론: 지속 가능한 도시 서울을 위한 도심 주택 공급의 방향
결국 용산공원 아파트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주택을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현실 역시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한 번 훼손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도심 녹지를 단기적인 공급 확대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용산공원은 현재의 주택 수요만을 기준으로 평가하기에는 미래 세대가 누릴 도시의 공간적 가치가 너무 큰 곳입니다.
서울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 도시 안에 존재하는 이용이 저조하거나 노후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의 합리적인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의 신속한 추진, 역세권과 주요 거점의 고밀 개발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도 녹지와 공공공간은 지켜내는 방향이 보다 지속 가능한 해법일 수 있습니다.
도시는 한번 만들어지면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 동안 다음 세대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장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땅을 찾아 건물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미래에 어떤 공간을 남겨줄 것인가까지 고민하는 도시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택 공급과 녹지 보존이 반드시 양자택일일 필요는 없습니다. 더 좋은 입지를 찾고, 더 효율적으로 짓고, 더 멀리 바라보는 것. 그것이 서울이 앞으로 선택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및 출처
- 한국건설신문: [오세훈 서울시장, 李 대통령에 "용산공원 아파트 반대"]
- 서울특별시 공식 페이스북 및 언론 브리핑: '서울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할 말은 하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입장문
- 문화일보: [오세훈, 국무회의서 용산공원 주택공급 반대…“미래세대 몫 소진 안돼”]
- 한국경제: [오세훈, 국무회의서 李 대통령에 용산공원 아파트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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